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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장군도시관리공단 코로나19 대응 프로그램 이용수기 공모전 수상작 >

 

- 우울증을 극복한 처방전 -

 

최우수상 수상 / 정 ○ 순님 작성 수기

 

 

□ 참여계기

나는 시골의 가난한집 6남매 중 장녀로 태어나 동생들 뒷바라지 하느라 배움이라는 것은 접은 채 살다가 부산으로 시집을 왔다. 고등교육을 받고 직장생활을 하는 두형님들의 틈바구니에서 나름 내로라는 시모님을 도와 시조카들 돌보며 자식들 키우고 하느라 우물 안 개구리로 정신없이 살았었다. 그럭저럭 남편도 퇴직하고 두 자녀 모두 결혼시키고는 6년 전에 한적한 정관으로 이사 온 후, 배움에 목말라 있던 나는 못 배운 한이라도 풀려는 듯 이것저것 배우느라 바쁘게 뛰어다녔다. 평생교육원에서 인문학도 공부해보고 글쓰기도 배우고 컴퓨터랑 폰 활용도 배웠다. 특히, 산야초이용과 활용을 배우면서는 내 어릴 적 소꿉놀이 장난감이요 먹거리가 되어준 야생초들이 귀하고 신비로운 약초가 되어 나에게 돌아왔고 산야초를 잘 안다며 칭찬하는 선생님과 동료들의 부러움으로 어깨가 으쓱해지고 못 배운 촌뜨기로 주눅이 들어있던 자존감에 싹이 돋았다.

물 만난 고기처럼 배우는 재미에 푹 빠져서 살던 내게 때마침 정관노인복지관이 문을 열었다. 난생처음으로 탁구라켓도 잡아보고 초등학교 때 소질이 있다며 선생님께 칭찬 받았던 그림도 어찌나 재미있고 신이 나던지..그리고 어린 날의 로망이었던 하모니카도 배우면서 정말 내게도 이런 날이 있구나 싶을 만큼 지금이 내 인생의 화양연화란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에 4일은 복지관에서 살다시피 내 사는 보람이 되어주고 동색인 친구들과의 즐거운 아지트가 되어주었다. 그러던 중 복지관이 코로나19로 인하여 문을 닫는 바람에 나는 갈 곳을 잃고 방황하는 신세가 됐다. 하루하루가 신나고 활기찼던 내 일상은 마치 두둥실 떠다니던 풍선에 바람이 빠져나가는 느낌이랄까 갈 때가 없으니 일찍 일어나 설칠 필요도, 하하호호 하던 친구들도 못 만나니 웃을 일도, 반찬걱정 없이 대접받던 점심까지 사라지고 나니, 모든 것이 귀찮아지고 매사에 짜증만 늘어가고 불면증에 편두통이 생기니 무기력에 게으름은 하늘을 찔렀다.

 

□ 이용내용

복지관을 휴관한지 한 달여 가까이 되던 어느 날, 복지관 관장님 이하 직원들 한분 한분이 안부를 묻는 영상편지를 보내주셨다. 힘든 시기를 어떻게 잘 보내고 계신지, 몸과 맘 건강 잘 챙기고 계시다가 기쁘게 만나자며 방역 열심히 하면서 어르신들과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는 말에 눈물이 왈칵 났다. 그런데 예상보다 코로나 사태는 멈추지 않았고 복지관에서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를 맺게 도와주시면서 링크를 걸어 마음방역챌린지 라는 이름으로 경쾌한 건강체조영상도 올려주셨다. 가족과 함께 건강체조 참여 영상을 보내라는 권유에 손녀들과 신나게 춤추는 영상을 올렸더니, 이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주시는 바람에 여기저기 퍼 나르며 자랑질도 해됐다. 그 후로 끈임 없이 보내 주시는 다양한 건강체조 영상을 따라하면서부터 불면증과 편두통이 차차 사라지고 쳐져있던 몸과 마음이 조금씩 회복 되었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한 색연필화 마지막수업 때, 집에 있으면서 혼자 열심히 그릴 거라며 욕심내어 챙겨온 도안들이 몇 장이나 있었지만 이유 없이 심란하여 삼식이 남편만 들볶느라 좋아하는 그림도 안 그려지더니, 복지관에서 5월쯤에 시작한 제자리 프로잭트 덕에 그림도 그려지고, 또 관심은 있었지만 자신이 없어 멀리했던 한국무용도 엿보았다. 라인댄스도 혼자서도 신나는 척 하면서 마음껏 따라해 보고, 치매예방 운동 영상도 시간 날 때 마다 부지런히 따라 하니까 삶에 활력이 생기고 짜증도 차츰 사라져 갔다.

지난 9월부터는 또 티비에서나 보던 온텍트 화상수업이라는 것을 우리 복지관에서 시작한다기에 나는 눈이 안 좋다는 핑계로 그것까지는 안 해도 괜찮아 하면서 내 스스로 위로를 하며 포기 하려 했었다. 눈이 안 좋으시면 노트북으로 하면 된다고 노트북이 있으시면 들고 오시라는 말에 할 수없이 용기를 내어 복지관에 갔었다, 설명을 해도 이해를 못하는 내게 짜증도 날만하건만 하나하나 어찌나 친절히 잘 가르쳐 주던지, 바탕화면에 저장까지 해서주고도 모르면 전화하라는 말까지 덧 부쳐 주었다. 그 덕분에 내가 좋아하는 색연필화를 화요일 평생교육반과 금요일 동아리반에 까지 등록을 하여 화상으로나마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보고픈 동기생들캉 선생님께 질문도 하면서 티비에서 특정 사람들만 누리는 줄 알았던 호사를 누리니 내가 마치 젊음으로 업그레이드 된 기분이다. 이제는 한술 더 떠서 월요일과 목요일엔 노래교실로 놀러 가보고 그리고 월요일 노래교실, 뒤이어 하는 구연동화도 5명이나 되는 손자들을 떠올리며 참 좋은 세상의 신기함을 즐기며 구경하는 중이다.

 

이렇게 비대면으로나마 인터넷을 통한 건강체조, 화상수업, 화상예술제등에 참여를 유도하고 독려하는가 하면, 직원들을 동원한 재롱잔치를 열기도, 또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추석인사까지 하는 귀여움으로 웃음을 주었다. 그러고 보면 이분들이 나의 우울증을 극복하게 한 처방전이었던 샘이다.

 

□ 느 낀 점

코로나19로 인하여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깨달았으며, 미처 모르고 지날 뻔했던 것들도 알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그중에 하나는 우리복지관의 복지사님들께 늘 고마움은 느꼈지만 정말로 어르신들을 그렇게 세세히 걱정하고 온 마음을 다해 사랑과 열정을 담아 보살펴 주는 줄을 그전엔 미처 몰랐었다. 이번경우에 조금만 무관심 했었더라면 무방비 상태로 있었던 나는 우울증에 걸리고 몸도 많이 망가졌으리란 생각이 든다. 코로나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길만큼 젊은 사람들도 그럴진대 노년들이야 더 하지 않을까 싶다. 외롭고 쓸쓸한 이때 누군가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끼게 해 주는 그들에서 천사를 느꼈다.

또 내가 늦복이 터져서 이런 배움의 터가 잘되어 있는 환경으로 이사를 왔다고 생각하며 좋아하고 즐길 줄만 알았지, 지역민을 위하여 마련하고 준비하고 돌보아 주려는 관계자 분들의 노고를 생각해 보지 않았다. 이번 코로나사태로 인하여 내 삶이 피폐해지고서야 진심 감사함과 고마움을 알았다. 하지만 물이 필요한 소를 물가까지 데려다 줄 수는 있지만 물을 먹는 것은 자신의 몫이란 말처럼, 지역에서 배려하는 사업에 적극 참여하면서 내 몸과 마음을 스스로 단디 챙기고 단속하는 것이, 우리의 건강을 위해 사랑으로 헌신하고 노력하시는 분들에게 보답하는 길이요, 자식들의 걱정을 들어주는 것이며, 내 행복임을 명심하여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크게 느끼고 깨달았다. 코로나19 사태가 가시고 나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더욱 열심히 몸과 마음 단련하고 즐기며 황금연화의 이 시절을 아낌없이 누리며 행복하게 살리라는 생각으로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길 기다리며 방역대책에 적극 동참하려 애쓰고 있다.